건강/마음의 향기

엔도 슈사쿠 作 침묵

숲속의 공주 2016. 5. 13. 18:44




새벽의 희미한 빛, 빛은 노출된 신부의 가느다란 목과 쇄골이 드러난 어깨에 비쳤다

신부는 두 손으로 성화를 들어 올려 얼굴에 갖다 댔다

수많은 사람들의 발에 짓밟힌 그 얼굴에 자기 얼굴을 대고 싶었다

목판 속 그분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짓밟힌 까닭에 마멸되고

오그라든 채 신부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

그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 내릴 것만 같았다....

목판 속 그분은 신부를 향해 말했다

밟아도 좋다

나는 너희들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

너희들의 아픔을 나누어 갖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 졌다

 - 본문 중에서